
자전거 유저의 버킷리스트
인천에서 부산까지 633km.
4대강 사업과 함께 개통된 국토종주 자전거길이 있다.
자전거를 즐기는 유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거나 이미 다녀온, 필수 코스 중 하나다.
아라뱃길부터 시작해 서울 한강 자전거길, 새재 자전거길, 낙동강까지 이어지는 이 국토종주길은 국도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비합리적인 코스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자연의 풍경을 더 느긋하게 즐기며 달릴 수 있는 길이다.
자전거를 무척 좋아하는 우리 땅바다산 팀은 지난 6월,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국토종주에 다 함께 도전해 보자는 의지로 모였다.
코스 계획하기
사전에 아무 정보도 없던 우리는, 인터넷과 주변 국토종주 선배들을 통해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블로그, 카페, 매거진 등의 정보를 얻고 난 후, 서울부터 부산까지 4박 5일의 코스를 대략 계획하게 되었다.
(사전에 강화도 함허동천으로 바이크패킹을 다녀오면서 인천 - 서울까지의 코스는 미리 주파 및 도장을 찍어두었다.)
- 1일 차: 서울 - 여주 (117km), 여주 금은모래 캠핑장 야영
- 2일 차: 여주 - 문경 (118km), 문경새재 캠핑장 야영
- 3일 차: 문경 - 구미 (114km), 모텔 숙박
- 4일 차: 구미 - 창녕 유채밭 (125km), 야영
- 5일 차: 창녕 - 부산 (92km), 모텔 숙박
위 코스는 해당 아티클과는 다르며, 실제 여정에서는 중간에 3박 4일 일정으로 단축했다. 결과적으로 서울 - 부산 하행길 3박 4일을 완주한 뒤, 전라도를 경유해 왕복 종주를 마쳤다.
이렇게 큰 틀의 계획을 한 후, 세부 계획(식사, 보급 등)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종주길을 나서게 되었다.
1일 차: 계획대로 흘러간 첫날, 여주까지 117km





오전 9시에 문래에서 모이기로 한 우리는, 갑자기 생긴 일로 인해 9시 30분에 전부 모이게 되었다. 부지런히 가야 해가 지기 전에 목표 도착지인 금은모래 캠핑장에 도착할 수 있었기에, 부랴부랴 출발을 하게 되었다.
한강 자전거길(서울 구간)

글을 작성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뚝섬 전망문화콤플렉스 인증센터와 광나루자전거공원 인증센터 두 곳 중 한 곳만 찍으면 인증을 인정해 준다고 한다.
도장을 찍기 귀찮은 도전자들은 두 곳 중 하나만 찍고 가면 시간을 세이브 할 수 있을 것 같다.
(10:11) 여의도



한강 자전거길의 첫 인증센터인 여의도 인증센터에 도착을 하였다. 여의도는 자전거를 타면 항상 지나왔던 곳이기 때문에 가벼운 페달링으로 올 수 있었다.
서울 - 인천 구간을 주행할 때 미리 도장을 찍어두려 했지만, 네이버나 카카오 지도 앱으로 검색한 위치에서는 인증센터를 찾지 못해 실패했었다.
여의도 부근 한강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자전거 도로 옆에 빨간색 박스(굴다리 근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가 보인다. 국토종주 인증센터는 대부분 같은 형태라 찾기 어렵지 않다.
(11:52) 뚝섬 전망문화콤플렉스


약 1시간 반 정도가 지나 다음 인증센터인 뚝섬 전망문화콤플렉스에 도착하였다. 로드 바이크가 아닌, 그래블, 투어링, 미니벨로 등 속도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은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도전하다 보니 여유롭게 시간을 갖고 라이딩을 했다.
날짜는 2025년 6월 9일 종주를 시작하였으니, 날씨가 더워지고 있는 시기여서 정오가 지나게 되면 라이딩이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실제로 31도 정도 되는 기온에서 라이딩을 하였다). 실시간으로 서로의 피부가 익어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12:20) 광나루 자전거 공원





한강 자전거길(서울 구간)의 마지막 인증센터인 광나루 자전거 공원 인증센터를 지나 서울을 벗어나게 되었다. 하남에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도시의 풍경과 멀어지고 자연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무더운 날씨에 힘들어질 무렵(오후 1시 30분 정도 되었다) 남양주쯤에서 매점을 발견하였다. 서울을 벗어나면 편의점이나 매점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보았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자전거를 잠시 내려놓고 아이스 커피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했다.
사장님과 지인분들로 추정되는 어르신들께서 짐이 바리바리 실려있는 자전거와 우리의 복장을 보고 관심을 주셨다. 어른들의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첫 번째 순간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속 터널 구간이 등장했다. 국토종주 중에 쾌적한 라이딩을 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구간으로 기억한다. 내부는 냉방이 되고 있는 것처럼 느낄 정도로 공기가 시원하고 바람이 불었다.
한강 자전거길 - 남한강 자전거길

첫째날은 위 인증센터 중에서 여주보까지 주파한 후에, 조금 더 가면 있는 여주의 금은모래 캠핑장에서 야영하기로 결정하였다.
(13:59) 능내역





능내역 인증센터를 지나 북한강을 건너 용담 약수터라는 곳에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 더위와의 싸움 중이었기에 물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세수, 등목을 하며 아이싱을 하고 물을 마시면서 갈증을 해소했다.
(16:11) 양평 자전거 쉼터





양평 자전거 쉼터 인증센터를 오후 4시경 지나게 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속도가 나지 않아 마음이 급해졌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서 후미개 고개가 등장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잘 타고 가다가... 후반에는 포기하고 일명 끌바를 하게 되었다. 전부 짐을 싣고 무거운 상태의 자전거를 타다보니 업힐에는 최적화 되지 않은 걸 알게 되었다. 둘째 날 오른 이화령에 비하면 구간이 훨씬 짧아 아주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출처: https://spica97.tistory.com/46
실제로 찾아보니, 후미개고개는 이화령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국토종주 업힐 비교 사진을 첨부하였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17:42) 이포보





자전거를 탄 지 약 8시간 정도 되면서 급 피곤해지기 시작하였다. 얼마 남지 않은 코스를 끝내기 위해 부지런히 페달링을 하였다.
(18:33) 여주보




마지막 인증센터인 여주보에서 인증 도장을 찍은 후, 영진할인마트라는 곳을 들러 간단하게 장을 보았다. 야영을 하면 고기와 라면 먹는 것을 좋아해서 늘 먹던 대로 장을 보았다. 이때 배가 너무 고파서 정신이 혼미했던 걸로 기억한다.
(19:47) 금은모래 캠핑장




드디어 첫날 목적지이자 야영지인 금은모래 캠핑장을 도착하였다. 비수기에 월요일이었기에 사람은 거의 없었고, 데크 가격은 45,000원에 3명이 사용하여(1인당 15,000원) 나쁘지 않은 가격에 만족을 했던 것 같다.
캠핑장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s://camp.yeojuuc.or.kr/gsmc/usage.html


캠핑장 매점에서 산 맥주와 함께, 마트에서 사 온 음식들을 먹었다. 피부는 화상을 입어 따갑고, 약 10시간 라이딩으로 인해 몸에 남아 있는 힘이 없어 기진맥진하였지만, 저녁 식사는 그 어떤 맛집의 음식들보다도 더 맛있었다. 여주의 밤하늘 아래서 서로의 내일을 응원하며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1일 차 주행 정보


120km 정도 주행한 것으로 예상되지만, 속도계가 중간에 꺼지면서 스트라바 상으로는 약 80km로 기록되었다.
2일 차: 끝없이 올라가는 이화령의 악몽, 123km





오전 5시 30분경 기상을 하였다. 몸이 전부 회복된 느낌은 아니었지만, 둘째 날은 악명 높은 이화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전날 경험했듯이 계획했던 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미니멀한 짐으로 왔기 때문에 정리하는 시간은 크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로 텐트의 물기를 털어주며 패킹을 전부 하였고, 휴식을 조금 취한 후에 6시 30분쯤 출발하였다.
(06:59) 강천보





라이딩을 시작하자마자 강천보 인증센터에 도착하였다. 확실히 오전에 자전거를 타니 더위를 맞서지 않을 수 있어서 훨씬 수월하였다. 일행 모두 오전에 최대한 많이 가자는 의견으로 하나가 되어 2일 차 라이딩을 시작하였다.





(09:24) 비내섬




약 2시간 반 후에 비내섬 인증센터에 도착하게 되었다. 아침에 밥을 먹지 않고 출발하였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하고 싶었다. 근처(라고 하기에는 1시간 더 이동을 하였지만)에 온달마루라는 식당이 있었다. 임페리얼 골프장이 근처에 있었는데, 골프를 즐기고 오는 사람이 많은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자전거 도로에서도 멀지 않아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식당에는 많은 메뉴가 있었지만, 메뉴 고민은 하지 않았다. 무조건 물냉면... 더위를 식혀줄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었다. 사장님께서는 우리처럼 국토종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메뉴를 시키고 기다리고 있는 우리에게 다른 국토종주 도전자들의 일화를 들려주시기도 하고, 다 먹고 잠깐 졸고 있었더니 식당 안에서 좀 자고 가라고까지 하셨다. 순간 조금만 자고 갈까...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멀고도 먼 2일 차 코스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박차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계산하고 나가는 우리에게 챙겨주시는 얼음물에, 다시 한번 큰 정을 느낄 수 있었다.




2일 차는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라이딩을 하던 와중에 우리끼리 추돌을 하여 바구니가 터지기도 하고, 새들백, 프론트랙 등이 자꾸 흘러내려 바퀴에 쓸리기도 하였다. 심지어 텐트 패킹색은 바퀴에 쓸리면서 구멍까지 나게 되었다.




또 충주 시내에서 갑자기 타이어 바람이 빠져 확인해 보니, 타이어 펑크가 나버렸다. 자세히 보니까 날카로운 쇠붙이가 타이어와 튜브를 뚫고 나와있었다. 다행히도 여분의 튜브를 챙겨 정비를 했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4:25) 충주 탄금대



남한강 자전거길의 마지막 인증센터이자 새재 자전거길의 출발지인 충주 탄금대 인증센터에 도착을 하였다. 비내섬부터 충주탄금대까지 약 30km 정도 거리가 나오는데, 5시간 정도 걸린 것을 보면 많은 일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앞으로 다가올 진짜 고통을 알지 못했다.
새재 자전거길

업힐로 유명한 이화령을 지나는 새재 자전거길이다. 이화령 휴게소 인증센터를 지나 문경새재 국민여가캠핑장이 우리의 2일 차 목적지였다.





(17:03) 수안보 온천



수안보 온천 인증센터를 지나니 점점 경사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앞서 첨부한 업힐 정보에서 볼 수 있던 소조령이 시작되었다. 무리하지 않기 위해 조금씩 끌바를 하면서 체력을 비축하였다.


이화령 초입에 도착해서 화장실을 다녀가는데, 관광버스 쪽에 있던 어른들이 우리를 다급하게 부르셨다. 우리는 당황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얼른 어른들에게 다가가... 갑자기 수박을 받게 되었다. 안 그래도 업힐을 오른 직후인 터라 힘이 없고 갈증이 나는 상태였는데, 덕분에 충전을 할 수 있었다. 아마 이 수박이 아니었다면 이화령은 끝까지 자전거를 끌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9:26) 이화령 휴게소



업힐 도중에 사진을 찍지 못하였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끝까지 페달링을 하였다. 땀으로 프레임백, 야영장비 등이 젖어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웃기게 들릴 수도 있지만, 페달링을 포기하면 앞으로 인생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덮쳐오면서 절대 내리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무아지경으로 페달을 돌리다 보니 어느새 정상을 도착하였다. 어쩌면 2025년 들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회포를 풀며 서로의 업힐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 부지런히 길을 나섰다. 해가 곧 있으면 질 시간이었으며, 야영지까지 또 어느 정도 가야 했다.
(20:39) 문경새재 국민여가캠핑장




캠핑장 안내 링크: https://mgtpcr-tourism.imweb.me/57
9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2일 차의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계획을 했을 당시에는 전부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여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자연도 즐기고 싶었지만, 실상은 정신없는 여정이었다. 도착했을 때는 해가 전부 져서 거의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이곳도 역시 비수기 평일이라 그런지 우리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얼른 텐트를 치고 음식을 사러 근처 편의점을 가보자고 얘기를 하던 와중에, 캠핑장 직원분께서 식사를 하기 위해 읍내를 간다며 태워다 주신다고 하였다. 우리는 마다하지 않고 함께 읍내를 가 치킨 두 마리와 맥주를 사 왔다.
전날보다 훨씬 힘든 하루였기 때문에 더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였다. 앞으로는 어렵지 않은 코스만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식사를 하던 와중 멤버 중 한 명이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하였다.
하루 단축해서 4일 완주로 계획을 바꿀 수 있을까요? 뒤에 일정이 생기게 되어 버려서...
처음에는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얘기도 많이 나눴지만, 결론은 하루를 단축하기로 결정하였다. 3일 차를 기존에 114km로 계획하였지만 160km로 늘려야 했다. 아쉬운 밤을 뒤로 하고 일찍 잠을 청하게 되었다.
2일 차 주행 정보


2일 차에는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약 14시간 정도 걸렸다(스트라바는 주행 시간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