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러닝씬이 확장되면서, 단순히 달리는 행위를 넘어 패션과 스타일을 통해 자기 개성을 드러내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러너들은 기록과 성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와 일상 속 정체성을 러닝웨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서 시작된 커런틀리 러닝 어패럴(Currently Running Apparel)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커런틀리는 적절한 가격대의 러닝웨어를 꾸준히 선보이며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창립자 내쉬 하우(Nash Howe)와 직접 연락하여, 브랜드의 시작부터 철학, 그리고 앞으로 그리고 있는 러닝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커런틀리 러닝 어패럴(Currently Running Apparel)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창립자 혹은 팀에 대한 이야기 또한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2023년, 커런틀리는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서 서프 & 크리에이티브 매거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속도를 늦추고, 실험하며,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공간은 변했습니다. 단순히 결과물을 보여주는 장소가 아니라, 더 진실되게 창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그 답은 러닝이었습니다. 러닝은 언제나 곁에 있었고, 음악·디자인·영화·사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였습니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 러닝은 움직임이자 명료함이자 놀이였습니다. 그래서 매거진은 지금의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스토리텔링, 디자인, 그리고 커뮤니티에 뿌리를 둔 캘리포니아 러닝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브랜드의 ‘중심’이라기보다는 그저 하나의 ‘참여자’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 러너, 존경하는 사람들, 전 세계의 친구와 멘토, 협업자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커런틀리는 바로 그 정신을 반영하는 브랜드입니다. 많은 목소리가 모여 하나의 감각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커런틀리의 핵심입니다.


Q. 브랜드의 모토인 “Run The Earth”는 러닝이 사람과 장소를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철학은 브랜드와 제품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나요?
좋은 질문이에요. 모토 “Run the Earth”에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 성질이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러 의미로 해석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본질적으로 저희 모토는 ‘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장소와의 관계,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러닝이라는 실천 자체와의 관계 등, 러닝은 가장 좋은 순간에 우리를 풍경과 동네, 그리고 몸의 리듬과 연결시켜 줍니다.
이 철학은 제품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신중하게 고른 원단, 어둠 속에서 빛을 반사하는 디테일, 단순히 성능만이 아니라 그것이 지나갈 환경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까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기어가 세상과 조화를 이루기를 바랍니다. 세상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기를 원합니다. 눈에 띄거나 요란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서서히 발견되는 존재,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모습입니다.






Q.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가치나 원칙은 무엇인가요?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정직함입니다. 무언가가 진실하게 느껴진다면, 대체로 그것은 옳습니다. 디자인을 과하게 하거나 불필요한 언어를 덧씌우고 지나치게 가공하면, 결국 표현하려는 본질이 가려지게 됩니다. 제 멘토 중 한 분이 “완벽주의가 너를 죽일 거야”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최근 들어 그 조언을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혼자만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 때 완벽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고, 마감일을 지켜야 하며, 팀과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과정이 더 건강해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을 좇는 것이 아니라, 느낌을 좇는 것입니다.
저는 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하며, 무엇보다 친구들과 함께 달리면서 피드백을 받습니다. 원단과 기능이 스스로 이야기를 건네올 수 있도록 여백을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느낌이 맞으면, 그것이 곧 정답입니다.
또 하나의 원칙은 놀이입니다. 영화, 음악, 의류 디자인까지 제가 만든 가장 좋은 작업들은 언제나 ‘전체 그림을 다 알기 전에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탄생했습니다. 그 개방성이 커런틀리의 브랜드 정신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Q. 캘리포니아를 넘어, Currently가 글로벌 차원에서 만들고 싶은 러닝 문화는 무엇인가요?
커런틀리는 캘리포니아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문화는 국경을 넘습니다. 러닝은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어디서든 그저 한 발을 다른 발 앞에 내딛는 것만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하게, 우리는 러닝이 단순히 기록이나 레이스에 국한되지 않고 존재·탐험·표현의 방식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미 일본, 멕시코시티, 호주, 스코틀랜드 등 다양한 지역에서 런클럽과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와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이러한 다양한 흐름들을 하나로 엮어, 예술가와 러너들이 함께 호흡하는 세계적인 태피스트리를 짜는 것입니다.








Q. 한국의 러너와 아웃도어 문화 독자들에게 Currently Running Apparel을 처음 소개한다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만약 한국의 러너와 아웃도어 문화 독자들에게 커런틀리를 처음 소개한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언제든지 이 팔레트에 초대받아, 인생의 가장 크고 대담한 모습을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습니다. 러닝은 예술의 한 형태입니다. 덧없으면서도 지속적이고, 지치게 하지만 동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활동입니다. 바로 그 모순이 우리 브랜드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러니 산속 트레일이든, 해안 도로든, 서울의 도심 거리든,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지구를 달려보시길 바랍니다.”